악보에서 음표 아래에 작게 적힌 pp나 ff 같은 글자를 본 적이 있다. 음표를 읽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 이 기호들은 "나중에 신경 쓰자"고 미뤄두기 쉽다. 하지만 같은 음표를 pp로 칠 때와 ff로 칠 때 음악은 완전히 다른 곡이 된다. 셈여림은 표현이 아니라 악보의 일부다.
이 기호들은 단순히 "조용히" 또는 "크게"의 약자가 아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까지 약 400년에 걸쳐 발달해 온 표기 체계이고, 각 기호는 그 시대 음악의 미학과 악기의 물리적 한계를 반영한다. 이 글은 셈여림 기호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며, 오늘날 악보를 읽을 때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짚는다.
셈여림이 악보에 등장하기 전
17세기 이전의 악보에는 셈여림 표시가 거의 없었다. 르네상스 다성음악의 악보를 보면 음표·박자·임시표만 적혀 있다. 그 시대의 가수와 연주자는 음악의 강도를 문맥에서 읽었다. 가사가 비통한 부분이면 조용히, 환희의 부분이면 크게. 같은 곡을 다른 연주자가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당연했고, 그 자유가 음악의 일부였다.
이 시대의 악보가 가능했던 이유는 악보가 음악의 청사진이 아니라 음악의 골격이었기 때문이다. 골격에 살을 붙이는 것은 연주자의 몫이었다.
17세기 — pf 표시의 등장
셈여림 표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7세기 초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다. 1638년 베네치아의 작곡가 조반니 가브리엘리(Giovanni Gabrieli)가 «소나타 피아노 에 포르테»라는 곡을 출판하면서, 한 합주단이 piano(p, 약하게)로 연주하는 부분과 forte(f, 강하게)로 연주하는 부분을 명시적으로 구분했다. 이것이 악보에 적힌 최초의 본격적 셈여림 표시 중 하나다.
이 시기의 표기는 단순했다. p와 f 두 가지만 있었다. 강하게냐 약하게냐의 이분법이었고, 그 사이의 단계는 표기되지 않았다. 바로크 시대 악기 — 하프시코드·바로크 바이올린·트럼펫 — 의 다이내믹 범위 자체가 좁았기 때문에 두 단계로 충분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8번 A장조 Op. 101», 자필 악보.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18세기 — 포르테피아노와 셈여림의 확장
18세기 중반 포르테피아노(fortepiano)의 발명이 셈여림 표기의 폭발적 확장을 이끌었다. 이전의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어떻게 누르든 같은 음량이 났다. 줄을 깃털로 튕기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포르테피아노는 처음으로 건반의 타건 강도가 음량에 직접 반영되는 악기였다. 이름 자체가 "약하게(piano)도 강하게(forte)도 칠 수 있는 악기"라는 뜻이었다.
이 새로운 표현력은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어휘를 요구했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후기 작품부터 pp(피아니시모), ff(포르티시모), crescendo(점점 강하게), decrescendo(점점 약하게) 같은 기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두 단계의 이분법이 다섯 단계 이상의 그라데이션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표기는 비교적 절제되어 있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자필 악보를 보면 셈여림 기호가 듬성듬성 적혀 있다. 작곡가는 큰 흐름만 적고, 세부적인 강약은 연주자의 음악적 판단에 맡겼다.
19세기 — 베토벤과 극단의 표기
19세기 초 베토벤은 셈여림 표기의 풍경을 바꾼다. 자필 악보를 보면 베토벤은 셈여림 기호를 광적으로 적어넣었다. sf(스포르찬도, 갑작스럽게 강하게), fp(포르테피아노, 강하게 후 즉시 약하게), ppp(피아니시시모), fff(포르티시시모) 같은 극단의 표기가 등장한다.
이것은 단순히 표기의 발달이 아니라 음악관의 변화였다.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을 연주자에게 맡기지 않으려 했다. 그는 자기 머릿속에 있는 정확한 강약의 흐름을 악보에 못 박고자 했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천재 개념이 셈여림 표기를 통해 구체화된 것이다.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Op. 67» 자필 악보.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이 시기의 표기 관행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셈여림 체계의 거의 전부를 형성했다. pp에서 ff까지 다섯 단계가 표준이 되었고, 그 양쪽 끝에 ppp·pppp·fff·ffff가 예외적으로 추가될 수 있게 되었다.
표준 셈여림 기호 — 약한 쪽부터 강한 쪽까지
오늘날 악보에서 보는 표준 셈여림 기호를 약한 쪽부터 강한 쪽으로 정리하면:
- ppp (피아니시시모) — 매우 매우 약하게. 거의 들리지 않는 정도.
- pp (피아니시모) — 매우 약하게.
- p (피아노) — 약하게.
- mp (메조피아노) — 조금 약하게.
- mf (메조포르테) — 조금 강하게.
- f (포르테) — 강하게.
- ff (포르티시모) — 매우 강하게.
- fff (포르티시시모) — 매우 매우 강하게.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 이 기호들은 절대적 음량이 아니라 상대적 강도다. pp가 정확히 몇 데시벨인지를 말하는 약속이 아니다. 같은 pp라도 솔로 바이올린에서 칠 때와 오케스트라 전체가 칠 때 절대 음량은 완전히 다르다. 셈여림은 그 곡의 다른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 위치다.
변화의 표기 — crescendo와 decrescendo
위의 기호들이 한 지점의 강도라면, 변화의 표기는 강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를 나타낸다.
- crescendo (cresc., 점점 강하게) — < 모양의 늘어나는 부등호로도 표기.
- decrescendo 또는 diminuendo (decresc., dim., 점점 약하게) — > 모양의 줄어드는 부등호로도 표기.
- subito p (sub. p, 갑자기 약하게) — 점진적 변화가 아닌 즉각적 변화.
- fp (포르테피아노) — 강하게 친 직후 즉시 약하게.
- sf / sfz (스포르찬도, 갑작스러운 강세) — 그 한 음만 강하게.
이 변화의 표기들은 셈여림이 시간 축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음악의 긴장과 이완, 도착과 떠남이 여기서 표현된다.
작곡가는 무엇을 정확히 의도했는가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베토벤이 ff라고 적었을 때, 그것은 정확히 얼마나 큰 소리를 의미했을까? 19세기 초의 피아노포르테와 오늘날의 콘서트 그랜드는 다이내믹 범위가 다르다. 같은 ff를 두 악기에서 똑같이 친다는 것이 가능한가, 또는 의미 있는가.
Goebl(2001)은 현대 피아니스트들이 같은 악보를 칠 때 셈여림 해석이 얼마나 다른지를 측정했다. 같은 f 표시에서 최대 음량의 차이가 6~8dB에 달했다. 이것은 사람이 "두 배 크다"고 느낄 만한 차이다. 작곡가의 의도가 같은 f에 어떻게 담겼는지를 알아내려는 노력이 이른바 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역사적 정보에 기반한 연주)의 한 축이다.
음악학자 Fabian & Schubert(2010)는 셈여림 해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추적했다. 같은 베토벤 곡이 1900년대 초 녹음과 2000년대 녹음에서 셈여림 대비가 점점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표기는 같지만 해석은 시대의 미학을 반영한다는 결론이다.
악보에서 셈여림을 만났을 때
새 악보를 받아 셈여림 기호를 만났을 때, 그것이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음량이 아니다. 그 한 음표가 곡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 긴장의 정점인지, 이완의 시작인지, 갑작스러운 강세를 위한 자리인지 — 를 알려준다. 셈여림을 무시하는 것은 음표를 무시하는 것만큼 곡을 다른 곡으로 만든다.
초견에서 셈여림을 함께 읽는 것은 작업 기억의 부담을 늘린다. 그래서 많은 학습자가 처음에는 음표만 읽고 셈여림을 미룬다. 그러나 셈여림을 사전 자동화해두면 — pp·p·mp·mf·f·ff의 의미를 의식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면 — 한 마디를 통째로 음악적 단위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진짜 초견이다.
400년에 걸쳐 발달한 이 작은 글자들은 음악의 강도를 표기하는 약속이고, 그 약속을 읽을 수 있게 되는 순간 악보는 단순한 음의 나열이 아니라 시간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음악이 된다.
참고 자료
- Goebl, W. (2001). Melody lead in piano performance: Expressive device or artifact?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110(1), 563–572. DOI: 10.1121/1.1376133
- Fabian, D., & Schubert, E. (2010). A new perspective on the performance of dynamics in piano performance. Music Perception, 27(4), 327–336. DOI: 10.1525/mp.2010.27.4.327
- Repp, B. H. (1996). The art of inaccuracy: Why pianists' errors are difficult to hear. Music Perception, 14(2), 161–183. DOI: 10.1525/mp.1996.14.2.161
- Brown, C. (1999). Classical and Romantic Performing Practice 1750–1900. Oxford University Press. (셈여림 표기의 역사적 발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