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에 앉아서 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자. 그 시간 중 얼마를 이미 알고 있는 곡을 다시 치는 데 썼는가. 악보를 처음 펴는 초견 연습에는 얼마나 투자했는가. 대부분의 학습자가 이 질문을 받으면 당황한다. 비율을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레퍼토리 연습과 초견 연습은 같은 악기, 같은 손을 사용하지만 뇌에 가하는 요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차이를 이해하면 연습 시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대부분의 연습 시간은 이미 아는 것에 쓰인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 자연스러운 경향이 생긴다. 잘 되는 부분은 계속 치고 싶고, 어려운 부분은 피하게 된다. 이미 외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치는 것은 뿌듯하고 쉽다. 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악보를 더듬더듬 읽는 것은 지치고 느리다.
그 결과 많은 학습자는 연습 시간의 대부분을 편안한 반복에 쓰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지, 새로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근육이 성장하려면 저항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두 연습이 뇌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
외운 곡을 반복하는 것과 처음 보는 악보를 읽는 것은 뇌 활성화 패턴이 다르다. 반복된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 뇌는 이미 형성된 경로를 다시 지나간다. 도로가 이미 있고 그 위를 달리는 것이다. 주의 자원의 소비가 적고, 자동화될수록 의식적 처리는 줄어든다.
초견은 다르다. 처음 보는 패턴에 직면하면 뇌는 새 연결을 만들어야 한다. 시각 피질이 기호를 인식하고, 청각 피질이 음고를 예측하고, 운동 피질이 손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순서로 동시에 요구된다. 인지 부하가 높고 피로가 빠르게 온다. 그리고 그 피로가 뇌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슬로보다 연구가 보여 주는 것
John Sloboda와 동료들은 1996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다양한 수준의 음악 학습자 257명의 연습 습관을 분석했다. 이들은 일주일 연습 일지를 작성하고 각 활동 유형을 분류했다. 분석 결과 상위 수준 학습자들은 하위 수준 학습자들보다 전체 연습 시간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연습 활동의 구성도 달랐다. 상위 그룹은 이미 아는 곡을 즐기며 반복하는 '비형식적' 연주보다, 명확한 기술적 목표를 두고 수행하는 '형식적' 연습에 비율이 높았다. 초견처럼 새 음악을 읽고 탐색하는 활동이 이 형식적 연습의 중요한 구성 요소였다 (Sloboda, Davidson, Howe & Moore, 1996).
이 연구는 시간의 양보다 시간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한 시간의 의도적인 초견 연습은 세 시간의 편안한 레퍼토리 반복보다 실력 향상에 더 기여할 수 있다.
자기조절 학습자의 연습 패턴
Siw Nielsen은 2001년 연구에서 음악원 학생들이 악기를 연습하는 방식을 관찰했다. 더 발전하는 학습자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이들은 연습 활동을 의도적으로 다양화했다. 오늘 레퍼토리를 주로 연습했다면 다음 세션에는 초견에 더 집중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단순한 반복보다는 자신의 약점을 진단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초견 연습은 이 자기조절 전략에서 이중 역할을 한다. 첫째, 새로운 읽기 능력을 직접 훈련한다. 둘째, 자신이 어떤 음형을 어려워하는지 빠르게 진단하는 도구가 된다. 초견 중 자꾸 걸리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이 레퍼토리 연습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Nielsen, 2001).
실용적인 시간 배분
30분을 연습한다면 아래와 같은 배분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레퍼토리 연습 (20분): 현재 다루고 있는 곡의 어려운 구간을 집중 연습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것보다 문제 구간을 분리해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견 연습 (10분): 이전에 본 적 없는 짧은 악절을 읽는다. 틀려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읽어 나가며, 한 악절이 끝나면 다음 악절로 넘어간다. 목표는 완벽한 연주가 아니라 처음 보는 악보를 끊임없이 처리하는 것이다.
연습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견의 비율을 20-3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초견이 불편하게 느껴질수록 더 필요하다는 신호로 읽으면 된다.
두 가지 연습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보 관계다. 레퍼토리 연습이 이미 읽을 수 있는 것을 완성도 있게 표현하는 훈련이라면, 초견 연습은 읽을 수 있는 것의 범위를 넓히는 훈련이다. 범위가 넓어지면 같은 레퍼토리도 더 빠르게, 더 깊이 이해하며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