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앞에 앉아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차례로 친다. 밝고 맑은 소리가 위로 올라간다. 이제 미만 반음 내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친다. 같은 자리에서 시작해 같은 위치에서 끝나지만, 들리는 음악은 완전히 다르다. 한쪽은 햇볕 같은 장조, 다른 쪽은 그늘 같은 단조. 단 세 음이 반음 내려갔을 뿐이다.
장음계와 단음계의 차이는 어떤 음이 들어 있느냐가 아니라, 음과 음 사이의 간격 패턴이 어떻게 짜였느냐에 있다. 같은 7개의 음 종류가 들어 있어도 간격이 다르면 다른 곡이 된다.

1741년 출간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 첫 페이지는 G장조 음계로 시작한다. 오른손 멜로디가 G-A-B-C-D-E-F♯의 음들 위에서 자유롭게 펼쳐진다. F가 아니라 F♯이 들어 있는 이유는 G장조 음계의 간격 패턴을 맞추기 위함이다.
장음계의 간격 패턴
장음계는 시작 음에서 한 옥타브 위 같은 음까지 다음 간격으로 이어진다.
- 온음 — 온음 — 반음 — 온음 — 온음 — 온음 — 반음
- 줄여서 W–W–H–W–W–W–H (whole-whole-half-whole-whole-whole-half).
피아노 흰건반만 누르는 C장조가 가장 단순한 예다. C–D–E–F–G–A–B–C.
- C ↔ D: 온음
- D ↔ E: 온음
- E ↔ F: 반음 (E와 F 사이에는 검은건반이 없다)
- F ↔ G: 온음
- G ↔ A: 온음
- A ↔ B: 온음
- B ↔ C: 반음
같은 W–W–H–W–W–W–H 패턴을 G에서 시작하면 G–A–B–C–D–E–F♯–G가 된다. F♯이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음계 도수마다 패턴을 맞추기 위해 샤프나 플랫이 붙는 것이 곧 조표가 되는 원리다.
단음계의 세 가지 형태
단음계는 장음계보다 복잡하다. 같은 단조 안에도 세 형태가 있고, 곡 안에서 자리에 따라 바뀐다.
자연단음계 (natural minor)
기본 형태. C장조의 평행단조인 A단조는 A–B–C–D–E–F–G–A. 흰건반만 누르되 시작이 A로 바뀐 셈이다. 간격은 W–H–W–W–H–W–W.
화성단음계 (harmonic minor)
자연단음계의 7번째 음을 반음 올린 형태. A단조라면 A–B–C–D–E–F–G♯–A. 7번 음(G♯)이 으뜸음 A로 향하는 "이끔음" 기능을 갖는다. 화성 진행에서 자주 쓰인다. 6번 ↔ 7번 사이의 1.5음(증2도) 간격이 특유의 동양적 색채를 만든다.
가락단음계 (melodic minor)
가락(멜로디)이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다르다.
- 상행: 자연단음계의 6번·7번 둘 다 반음 올림. A단조: A–B–C–D–E–F♯–G♯–A.
- 하행: 자연단음계 그대로. A–G–F–E–D–C–B–A.
상행에서 멜로디가 매끄럽게 으뜸음으로 향하게 하려는 처리다. 멜로디 작성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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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전주곡 Op.28 제7번»은 A장조의 짧은 폴로네즈풍 소품이다. 16마디 안에 A장조 음계의 음들이 단순한 화성 진행 위에 얹혀 있다. 같은 곡을 평행단조인 A단조로 옮기면 전혀 다른 정서가 생긴다.
평행조와 나란한조
장조와 단조 사이에는 두 가지 친밀한 관계가 있다.
- 평행조 (parallel keys): 같은 으뜸음을 쓰지만 장·단이 다른 짝. C장조 ↔ C단조.
- 나란한조 (relative keys): 같은 조표(샤프·플랫 개수)를 공유하는 짝. C장조 ↔ A단조 (둘 다 조표 없음).
조표가 같은 나란한조는 악보에서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다. C장조 곡 중간에 A단조 마디가 나와도 새 조표를 그릴 필요 없다.
7음, 두 가지 표정
다시 처음 피아노로 돌아간다. 같은 8개의 건반 위치. 미가 자연음이면 장조, 미가 반음 내려가면 단조. 도 ↔ 미♭ 간격이 단3도가 되는 순간 곡은 어둠 쪽으로 기운다. 음계의 차이는 무엇이 들어 있느냐가 아니라, 음 사이 간격이 어떻게 짜였느냐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