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론 & 화성학

    이음줄과 붙임줄 — 똑같이 생긴 곡선의 다른 의미

    2026-06-17

    악보를 따라 읽다가 두 음표 위로 곡선 하나가 걸쳐 있는 자리에서 잠시 멈춘다. 어떤 곡선은 "이 두 음을 부드럽게 이으라"는 뜻이고, 어떤 곡선은 "이 두 음을 합쳐 한 음으로 끌라"는 뜻이다. 모양은 거의 똑같아 한쪽으로 잘못 읽으면 박자가 한 박씩 어긋나거나, 한 호흡에 묶여야 할 멜로디가 두 토막으로 끊긴다. 가장 결정적인 자리에서 한 박자가 사라지거나, 짧게 떨어져야 할 두 음이 한 호흡으로 들러붙는 일이 흔하다.

    이음줄붙임줄은 시각적으로 거의 똑같이 생긴 곡선이다. 하지만 가리키는 지시는 완전히 다르다. 한쪽은 음의 길이를 늘리고, 다른 한쪽은 음의 표현을 정한다. 두 기호를 구별하는 기준은 곡선이 잇는 두 음의 음높이 하나뿐이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BWV 1007» Anna Magdalena Bach 필사본 한 페이지. 활시위 한 번에 묶이는 슬러가 잇따르는 음형 위로 펼쳐진다.

    곡선이 잇는 두 음이 같은 음높이면 붙임줄, 다른 음높이면 이음줄이다. 이 한 가지 기준만 보면 둘은 헷갈리지 않는다. 모양·기울기·길이는 두 기호가 동일해서 그쪽을 보면 안 된다. 봐야 할 것은 곡선 양 끝에 매달린 두 음표의 위치다.

    같은 줄·같은 칸에 두 음표가 놓이고 곡선이 둘을 잇는다 = 붙임줄. 두 음의 박자값이 합쳐져 한 음이 그 합계만큼 지속된다. 두 4분음표가 붙임줄로 묶이면 2분음표 한 개와 같은 길이가 된다.

    서로 다른 줄·다른 칸에 놓인 두 음표 위로 곡선이 걸쳐 있다 = 이음줄. 두 음이 한 호흡 또는 한 활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음 자체의 길이는 변하지 않는다. 길이가 아니라 연주 방식을 정한다.

    이음줄(slur) — 부드럽게 이어 연주하라

    이음줄은 둘 이상의 다른 음을 한 단위로 묶는다. 작곡가는 멜로디가 끊기지 않고 흐르기를 바라는 자리에 이음줄을 그린다. 관악기·성악에서 이음줄은 한 호흡으로 연주한다는 뜻이다. 곡선 안의 음들은 호흡을 새로 들이마시지 않고 이어 부른다. 현악기에서 이음줄은 한 활로 연주한다는 뜻이다. 활 방향을 바꾸지 않고 음들을 한 보잉으로 잇는다.

    피아노에서는 호흡이나 활이 없으니 이음줄은 레가토(legato) 지시로 해석된다. 음 사이를 손가락이 떼지 않고 부드럽게 잇는다. 한 음이 끝나는 순간 다음 음이 시작되어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한다.

    이음줄의 길이는 한 마디 안으로 짧게 끝날 수도, 여러 마디에 걸쳐 긴 프레이즈를 묶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음줄 한 단위가 음악의 한 호흡, 한 표현 단위와 일치한다.

    붙임줄(tie) — 두 음의 길이를 합쳐라

    붙임줄은 정확히 두 음만 잇는다. 그리고 그 두 음은 반드시 같은 음높이다. 둘을 합쳐 하나의 더 긴 음으로 끌라는 지시다.

    붙임줄이 자주 쓰이는 자리가 두 곳이다. 첫 번째는 마디선을 넘어가는 음의 길이를 표시할 때다. 한 음이 한 마디 안에서 끝나지 못하고 다음 마디까지 이어져야 할 때, 작곡가는 마디선 직전에 한 음을 두고 마디선 다음에 같은 음을 다시 두어 둘을 붙임줄로 묶는다. 한 마디 마지막 박의 4분음표 + 다음 마디 첫 박의 4분음표 + 붙임줄 = 2분음표 길이의 음이 마디선을 가로질러 지속된다.

    두 번째는 한 마디 안에서도 표준 박자값으로 표기할 수 없는 길이를 만들 때다. 4박자 마디 안에서 5박 길이의 음은 존재하지 않으니, 4분음표 + 붙임줄 + 4분음표 + 붙임줄 + 4분음표 같은 식으로 길이를 더한다. 점음표 한 개로 표기 가능한 길이(점2분음표 = 3박)도 가독성에 따라 붙임줄로 풀어 쓰기도 한다.

    구분이 헷갈리는 자리

    곡선이 시작되는 음과 끝나는 음이 한 줄 안에 둘 다 보일 때는 어렵지 않다. 두 음의 음높이를 한 번 보면 끝난다. 같은 칸이면 붙임줄, 다른 칸이면 이음줄.

    조금 까다로운 자리는 곡선이 단의 끝에서 다음 단으로 넘어갈 때다. 이때 끝나는 음을 다음 줄에서 찾아 음높이를 확인해야 한다. 마디선 직전 4분음표 위에 곡선이 시작되고, 다음 마디 첫 4분음표가 같은 음이면 붙임줄, 다른 음이면 이음줄이다.

    또 한 가지: 화음에 붙는 곡선은 각 성부별로 봐야 한다. 화음의 위 성부에는 이음줄이 걸려 있고, 아래 성부에는 붙임줄이 동시에 그려져 있는 경우가 흔하다. 곡선마다 양 끝의 음높이를 따로 확인한다.

    이음줄 안에 붙임줄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긴 이음줄로 한 프레이즈를 묶고, 그 안에서 같은 음이 두 박자에 걸쳐 지속될 때 안쪽에 짧은 붙임줄을 따로 그린다. 두 곡선이 겹쳐 보여도 역할은 서로 다르다.

    쇼팽 «야상곡 Op.9 No.2 E♭장조» Klindworth-Scharwenka 편집판. 한 프레이즈를 묶는 긴 이음줄 아래에 같은 음을 지속하는 짧은 붙임줄이 함께 보인다.

    길이와 표현, 두 축

    결국 두 기호의 차이는 무엇을 정하느냐다.

    • 이음줄 = 표현 지시. 음 자체의 길이는 그대로. 한 호흡·한 활·레가토.
    • 붙임줄 = 길이 지시. 두 음의 박자값을 합산. 표현 방식과 무관.

    같은 곡선 모양 아래 완전히 다른 두 축이 들어 있다. 멜로디 라인을 묶는 곡선은 거의 모두 이음줄이고, 마디선을 넘는 곡선이나 같은 음을 두 번 적고 묶는 곡선은 붙임줄이다.

    악보를 빠르게 읽을 때는 곡선이 보이는 순간 양 끝의 음높이를 먼저 본다. 같은 줄·같은 칸이면 길이를 합치라는 뜻, 다른 줄·다른 칸이면 부드럽게 이으라는 뜻. 단 한 번의 확인으로 두 기호가 갈린다. 모양이 같다는 사실은 더 이상 함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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